제목 "두 추상미술가(임완규,장성순)의 회고전" 오광수 | 미술평론가ㆍ이중섭미술관 명예관장


두 추상미술가(임완규,장성순)의 회고전

(Seoul Art Guide 오광수 미술칼럼, 200811월호)

 

오광수 | 미술평론가,이중섭미술관 명예관장

 

 

  두 추상미술가의 회고전은 이들의 작품 세계를 되돌아본다는 의미와 아울러 우리의 추상미술의 역사를 되새겨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임완규는 전전(2차 세계대전 이전)의 모더니스트 가운데 한사람이요 장성순은 전후 제2 모더니스트 가운데 한사람이다. 전전의 모더니즘은 대체로 1930년대 후반 일본을 무대로 펼쳐진 후기 인상파이후 입체파와 추상파에 이르는 20세기 전반의 전위적 경향을 통칭하는 개념이며, 전후 모더니즘은 50년대 후반 이 땅에 전개된 뜨거운 추상미술 운동을 지칭하는 개념이다. 전자는 대체로 관념적 추상으로도 불리며 후자는 표현적 추상으로 통용되기도 한다. 전전 모더니즘은 일부 의식적인 작가들에 의해 수용되고 전개된 이른바 반 인상파 또는 반 아카데미즘의 제 경향으로 임완규(1918-2003)는 이들에 감화를 받은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의 활동은 60년대 초반에 결성된 <2,9>동인전과 <모던아트 협회><신상회>를 통해 주로 이루어졌다. <2,9>동인전은 제2 고보(현재 경복고)출신들로 구성된 단체로 이대원, 유영국, 장욱진, 김창억, 권옥연, 임완규 등이 회원이었다. 당시 미술교사로 있었던 사또 구니오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2고보의 2자와 구니오의 9를 따서 <2,9>동인전이라 명명했다.<모던아트 협회>는 거의 해체될 무렵에 참여한 것으로 특별히 기억할 만한 것은 없다. 62년에 결성된 <신상회><현대작가 초대전>이 미술운동의 핵심으로서 역할에 한계를 느끼면서 개별적인 작업들의 새로운 결집이 이 시대에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인가를 모색해보자는 열린 의식을 표명한 단체로 적지 않은 작가들이 모였던 대단위 집결체였다. 임완규의 작품이 보여주는 구성주의적 추상은 일종의 기하학적 추상의 발전 단계로서 이해되어지며 기호와 표현적 요소를 가미한 후반의 작품은 구성적 요소와 표현적 요소의 절충이라 할 수 있다. 전전 모더니즘 계열의 작가들에서 볼 수 있는 공통된 귀결이라 할 수 있다. 근대미술사의 맥락에서 그의 존재는 그렇게 두드러진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전전 추상미술의 세대로서 그의 위상은 다시금 점검되어야 하지 않을까 본다.

 

   

추상표현주의의 방법

  장성순(1927~) <현대미술가협회> 창립 멤버의 한 사람이자 <악뛰엘>의 회원으로서 61년 파리 비엔날레에 참여한 작가이기도 하다. 전후 모더니즘의 대표 주자 가운데 한사람이다. 많은 그의 동료들이 변신을 거듭해온 것에 비해 비교적 초기의 온도를 지금껏 유지해온 드믄 경우로 꼽힌다. 작업 자체를 일종의 실존적인 물음으로 대체한 이들 세대의 격정적인 방법인 과격한 제스쳐와 암울한 표정, 폭발하는 내면의 기술이 아직도 그의 화면에 고스란히 잠재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어떤 점에선 그러한 뜨거운 추상의 방법이 더욱 정제된 양상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간에 대한 적절한 균형과 격정적인 스트로크의 서체로의 고양은 추상표현의 심화된 하나의 방법적 성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추상표현주의에서 출발한 많은 작가들이 거의 변신을 거듭한 나머지 추상표현주의를 지속하고 있는 작가가 거의 없는 실정에서 장성순의 존재는 참으로 특이하게 생각지 않을 수 없게 한다. 한 사람 쯤의 추상표현의 심화된 양상을 본다는 것은 그것 나름으로 흥미로운 사실이자 하나의 교훈이기에 충분하다.

 

  두 추상 미술가의 작품을 돌아보면서 우리에게 추상미술은 무엇인가 하는 물음을 제기해보았다. 전전의 추상미술의 유산과 아직도 체온이 남아있는 전후 뜨거운 추상운동의 내면을 재음미해보는 것도 결코 무의미한 일은 아니란 것을 떠올려 보면서, 우리미술의 정체성이 논의되고 있는 시점에서 가장 높은 파고를 형성해보였던 추상미술은 결코 간과되어서는 안된다는 사실과 더불어서 말이다. 우리에겐 분명 풍부한 표현적 추상의 인자가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서체와 같은 선험적인 표현의 방법이 지닌 잠재성은 한 시대의 미의식과 관계없이 우리의 앞으로의 방법적 성찰에도 충분히 적용될 것이라는 점은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우리 미술의 정체성은 우리 속에 내재한 여러 방법적 개진과 더불어 독특한 양식으로의 표현에서 획득될 것이란 점 역시 간과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